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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nio Morricone

엔니오 모리꼬네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10월 3일 아내와 큰딸 민서와 함께 엔니오 모리꼬네 공연을 보러갔다.

작년에 기대와 달리 공연이 무산되어서 아쉬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그를 볼 수 있을 것인가???

며칠전 회사에서 "부장님 엔니오 모리꼬네 공연 가실거죠??"라고 물어봐 주었던 여직원이 너무 고마웠다.

몇년전에 엔니오 모리꼬네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것은 무한한 영광이라고 그를 칭송했었던 것을 부서원들은 다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아내도 민서와 창민이를 데리고 여러 공연을 다녔지만 성인을 위한 공연은 처음이어서 많은 기대를 하는 눈치다.

이미 어린시절부터 음악에 미쳤었지만 드림씨어터, 딥퍼플,부에나비스트 등등 심지어 에릭 클랩튼때도 돈이 아까워 안갔었는데... 역시 엔니오모리꼬네는 나에게 있어 이미 4~5살때부터 영향을 미친인물이라 특히, 그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안 가 볼 수없었다.

기회를 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공연장에 도착해 보니 3시가 조금 넘었다.

2층 R석맨 끝이었다.

어짜피 늦게 표를 구했지만 일찍했어도 R석 이상은 힘들었을 것이다. 휴 난 어쩔수 없는 구두쇠인가?? ^^

언터쳐블로 부터 그의 연주가 시작 되었다.

아쉬운 점은 공연시간이 다되었지만 빈 좌석이 너무 많았고 그래서 인지 공연도 20분 정도 늦게 시작 되었다는 것 그리고 너무 객석에서 멀어서 인지 음악의 현장감은 떨어졌다...

아마 이때부터 거장은 기분이 떨떠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규공연을 마치고 열화와 같은 팬들의 기립박수에 앵콜을 4곡이나 더 연주해 주었다.

자상한 할아버지 같으니라구 ㅋㅋㅋ

중간에 나온 여가수는 솔직히 합창을 맡았던 우리나라여자 성악가에 비해 훨씬 기대에 못미쳤다.

거장의 원곡과 OST분위기가 훨씬 국내 가수의 감성과 역량이 뛰어났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공연장을 나서면서 한무리의 여자 관객들이 포스터를 가져가려고 뜯고 있길래 옆에서 나도 한장 얻어왔다. 이건 웬 횡재???

이렇게 역사적인 거장의 공연은 끝났다.

다시는 한국에서 그의 공연을 못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부산 출장을 위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12시20분 부산행 대한항공 737기종이다. 이 시간대에는 주로 9번 게이트 인데 그날은 7번 게이트다.

아무 생각없이 검색대를 지나는데 앞에 웬 외국 노인이 있었다.

허걱~~~ 바로 거장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그의 옆에 있던 수행하는 듯한 한국 여자에게 "혹시 저분 레오네씨 아닌가요??" 했다.

쩝... 그 와중에 레오네라니.ㅡ<>ㅡ;;

그여자도 웃고 거장도 웃고 거장의 부인도 웃었다.

난 얼른 사인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한국 남자 수행원의 "안돼요!!"라는 퉁명스러운 대답만 들었다.

아쉬었지만 거장의 수행하는 남자가 보기 싫어서 화장실에 들어가 여기까지가 거장과의 인연이겠지 하고 단념했다.

그리고 운명의 7번 게이트에 앉았는데 그곳에 그가 그의 부인과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놀랍고 기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몰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난 왜이렇게 소심할까??

그때 한무리의 어린 여학생들이 근처로 모여 들었다.

난 그 여학생들이 거장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으려는 줄 알았다.

거장과 그의 부인도 그렇게 생각하는눈치였다.

동료의식을 느낀 내가 그 여학생들에게 "엔니오 모리꼬네씨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엔니오.... 누구요??" 란다.... 커

그러면서도 계속 알짱 된다. 도대체 왜들 저러나???했다..

알고보니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그 비행기를 타는 한국 연예인들이 있었나 보다.

거장도 영화제에 참석하려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거장과 그의 일행들의 모습에서 실망의 기분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내 기분이 그랬었고 거장 일행의 심정은 알 수 었었다.

비행기에 타면 스튜어디스에게거장의 탑승 사실을 알리고

음악이 준비 안되었더라도 최소한 "Welcome aboard Mr. Maestro Ennio Morricone"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혼자 상상을 했다.

그랬다 그러면어느외국노인 방문객의 기분이 좋아질거고, 한국에 대한 인상도 참 좋아 질거라고 생각했었다.

핸드폰 동영상모드를 켜고 비행기에 올랐다.

두리번 두리번.... 역시거장은 1등석에 부인과 함께 있었다.

우선 나는 거장과 눈을 맞추면서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었다.

그도 반가운 미소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정신이멍해졌다 그리고는 아무생각 없이 "Sir, I saw you last night in 잠실"이라고 했다.

그는 나의 손을 잡아주며 "젊은이 고마워"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냥 흔히 볼 수있는 할아버지였다.

"It's my pleasure" 라고 다시 대답했다.

아~~ 영어가 이렇게 아쉬운 적이 없었다.

이럴줄 알았나??

상기된 나는 기내의 스튜어디스에게 이 비행기에 엔니오 모리꼬네씨가 탄 사실을 아냐고 물었다.

첫번째 스튜어디스는 그의 이름을 몰랐다.

두번째 스튜어디스도 그를 모르는 둣햇다.

그래서 기장에게 알려서 소개라도 해 달라고 했다.(결국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신없이 좌석에 앉았다.

내뒤로 그의 한국 수행원이 앉았다.

그에게 영광이겠네요 라고 물었느나 그는 닭 보듯이 대답이 없다.. 흠 그런 놈이었군...젊은 놈이 싸가지하고는 쩝...

그의 일행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이태리 사람들은 역시 소란스럽구나 라고 생각했다..

우리랑 기질이 비슷하다던데.. 나라면 거장을 아무도 몰라보는 공항에서의 시츄에이션을 생각하면 아무리 거장이라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눈을감고 기도를 했다.

이런 영광을 주신 주님께... 하나님 얼마나 좋으세요 저런 음악가를 만드신 분이시니 음악은 얼마든지 ㅋㅋㅋ

한편으로 하나님께 내가 거장에게 했듯이주님에 대해 연구하고 많이 알려고 노력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뻐하고, 주변에 증거를 했나 생각해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에 보이는 거장에게 했던 나의 마음과 행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에게너무 죄송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잠이 들고 눈을 떠보니 비행기는 김해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나와 통로를 지나면서 계단의 끝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거장과 부인에게 눈 인사를 했다.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즐겁게 만나요라고 생각하면서.....

도착문을 나서는데 많은 환영인파들이 있었다.

이런... 저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온 사람들이구나, 팬들도 무지 많고, 일본 아줌마들도 보이네...

아뿔사....

저들중에 거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마치 환영나온 사람 처럼 그들 속에 섰다.

하필이면 스포츠 서울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커다란 고급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 옆에 서게 되었다.

"저 조금있으면 엔니오 모리꼬네씨가 나올텐데 사진 좀 잘 찍어 주세요"라고 말 할 뻔했다.

역시 국내 연예인들레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거장님 미안해요..

참.. 내가 왜 미안한 거지???

거장을 기다려 보았다.

역시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기다리던 팬들의 환호와 카메라 플래쉬가 그를 위한것이 아니란것을 이제 확실히 안다는듯이 조금은 위축돼 보이기까지 한 모습으로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비행기에 함께 탔던한국 연예인들도 거장을 몰라보았다라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으 으 으 으 .(아니 바빠서 그랬을지도...)

그는 부인과 대머리 매니져인듯한 사람과 공항을 나섰다.

그리고 기아에서 후원하는 영화제 차량인 오피러스를 타려고 기다렸고...... 우울하고 아무말 없고 미소없는 노타이의 흰 와이셔츠를 입은 무뚝뚝한 기사의 차에 올라탔다. 트렁크에 짐을 직접 실은채로.......

부산에서 일을 보는 동안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 공항 관계자, 한국 연예인들, 김포공항에서의 여학생들, 김해공항의 환영인파들, 그리도 나를 비롯한 수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거장에 대한 예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며칠동안 거장과의 인연을 생각하고 지냈다.

그리고 오늘 혹시나하고 인터넷에 거장의 이름을 치니

그가 기분 나쁜상태로 출국했단다...

영화제 측은 그게 아니라고 하고...

입맛이 쓰다.

연로하신 노인에게 대하는 예의에 대해 며칠전 보았던 일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GM : Lost boys calling - The Legend Of 1900 Roger Waters, Edward Van Hal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