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간

2012년 8월 27일 월. 나와 같은 존재적 죄인의 상징 야곱.

산호수나초부 2012. 8. 27. 08:36

 

 

[묵상할 말씀]

창세기 32장 1절~32절

 

[요절]

20 : 그리고 '주인의 종 야곱은 우리 뒤에 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야곱이 이렇게 지시한 데는, 자기가 미리 여러 차례 보낸 선물들이 그 형 에서의 분노를 서서히 풀어주고, 마침내 서로 만날때에는, 형이 자기를 반가이 맞아 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묵상]

야곱이 에서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다.

야곱이 미리 보낸 심부름꾼에 의하면 형 에서는 사백명의 사병들과 함께 야곱을 죽이러 이곳 마나하임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이미 야곱의 무리들 앞에는 천사가 나타나서 여호와 하나님께서 야곱과 함께 하고 계심을 나타냈지만, 야곱은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발휘할 여유 조차 없는 듯 하다.

 

이 와중에도 야곱은 자신이 가진 재산을 조금이라도 챙기려고 이런 저런 잔머리를 굴리다가, 드디어 여호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게 된다.

 

'하나님, 저와 지키신 약속을 잊지 말아 주세요. 저에게 모래처럼 많은 자손을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떻게 좀 해주세요...'

야곱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자신에게 어떤 약속을 하셨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이처럼 야곱은 하나님께 에서로 부터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지켜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지만, 웬지 막다른 골목에 갖힌 고양이 앞의 쥐 처럼 절망 가운데 허공에 외치는 믿음없는 탄식 처럼 들릴 뿐이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인지, 야곱이 밤새도록 생각해낸 잔꾀인지 모르지만 야곱은 형 에서에게 선물 공세를 펼쳐서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려는 작전을 실행한다.

 

이상의 이야기는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우리가 만나는 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하려고 노심초사 하는지 너무나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나 처럼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적 죄인'의 대표로 오늘 야곱이 선정된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문제 가운데 있는 야곱에게 천사를 보내시어 아버지께서 함께 하심을 나타내셨으나, 야곱은 자신의 문제에 너무 집착하여,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하나님께서 자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고는 있지만, 이야기로만 전해들은 하나님 아버지의 전능하심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야곱으로서는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모르니, 자기 스스로 살 방도를 구할 뿐이다.

기도를 하여도 온전한 믿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다.

 

아버지 하나님께 전적으로 자신을 의탁하지 못하는 야곱같은 나는 오늘도 두려움 가운데 나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하면 잃지 않을까? 하는 집착에 사로 잡혀 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아버지 하나님께 간구의 기도를 올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믿음에서 출발한 아버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대화가 아니다. 믿음 없는 가운데 한 번 해보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내일 야곱은 하나님과 그 유명한 '얍복강 전투'를 벌여야 한다.

그 싸움으로 인해 비로서 야곱은 자신이 의지하던 자신의 몸뚱아리와 재산과 가족 모두를 내려 놓고, 하나님 아버지로 비유되는 '지팡이'만 의지하는 하나님 의존적 인물로 변해갈 것이다.

 

지식으로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전능하심에 모든 것을 내어 맡기지 못하고 있는 나는 무엇이 문제일까?

과거를 돌이켜 보면 매 순간이 아버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도우심과 동행하심 덕분이었는데,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내가 경험한 아버지의 은혜만을 골라 지우는 능력이 있단 말인가?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수 많은 경험이 있음에도 나는 지금 이순간 모든것을 모르는 사람 처럼, 멍하니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이게 나의 모습이다.

구약과 신약을 통해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전능하심을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보이시며, 우리가 의지해야 할 것은 이 세상의 불타 버릴 우상이 아니라는 것을 반복적이며 점진적으로 알리고 계시는 아버지의 열정에 나는 여전히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적 죄인의 상태로 반응하고 있다.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의 한숨 소리가 이 시간 너무나도 크게 들린다.

그러나 내 안에는 이미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씨앗이 자라고 있다.

아버지 하나님과 죽도록 씨름하며 나의 복만을 추구하겠지만, 결국 나는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로 인해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굴복, 낮아짐의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믿음과 소망으로 살아가는 나는 결국 하나님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기도]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의 한량없는 사랑과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무너지지 않는 나의 존재적 죄인 됨에 지금도 한탄하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 눈물만 흐릅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저의 거룩을 위해 죽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에 저를 맡깁니다.

우리 성도들은 하나님 아버지 나라에 들어가기 합당한 거룩의 흰 옷을 입은 자들로 지어져 가고 있다는 진리에 늘 감사드립니다.

원수 마귀의 집요한 싸움에 예수님께서 이미 승리하셨다는 것을 우리가 여기며, 기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